[신혼여행 - 종교개혁지 여행] 루터가 수도사로 있던 에르푸르트 1

[신혼여행 - 종교개혁지 여행] 루터가 수도사로 있던 에르푸르트 1

에르푸르트 여행 / 독일여행 / 유럽여행 / 종교개혁지 탐방 / 종교개혁 500주년 / 종교개혁주일

1일차 베를린 도착 (밤)

2일차 베를린 구경

3일차 베를린 -> 포츠담 -> 비텐베르크

4일차 비텐베르크 -> 아이슬레벤 -> 에르푸르트 -> 아이제나흐(바르트부르크 성)

5일차 아이제나흐 바르트부르크 성 -> 마르부르크 -> 보름스 -> 스트라스부르

6일차 스트라스부르 -> 취리히

7일차 취리히 -> 루체른 -> 제네바

8일차 제네바 -> 샤모니 (몽블랑)

9일차 샤모니 -> 밀라노 -> 피렌체

10일차 피렌체

11일차 귀국

어느새 종교개혁주일이다. 루터가 만성절(모든 성인의 날) 전날인 10월 31일에 비텐베르크 슐로스 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날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당시 부패하고 타락했던 카톨릭 교회를 회복하고자 하는 운동이었다. 오늘 종교개혁주일을 보내면서, 다시 한번 종교개혁의 슬로건을 생각하게 된다. 

Sola Gratia(오직 은혜), Sola Fide(오직 믿음), Sola Scriptura(오직 성경)! 

아이슬레벤에서 구경 다 하고, 점심을 에르푸르트 가서 먹기로 하고 부지런히 출발했다. 이미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에르푸르트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남편은 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오빠 달려!"

200키로는 이제 기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싶으면 더 빨리 달리고, 또 세웠다고 생각해서 사진 찍으면 더 빨리 달리고 ㅋㅋ 거의 220키로까지 달렸다. 언제 또 이렇게 달려보겠냐며 신나게 달린 남편! 차가 좋아서 안정적으로 달린 것도 있지만, 아우토반 길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무서운지도 모르고 달렸다. 겁이 많은 나지만, 다른 차들도 빨리 달리고, 길도 좋고, 차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신났다.

에르푸르트에 도착하자마자 시내 한복판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바로 식당을 찾아갔다. 남편이 신혼여행 동안 애용했던 어플에서 추천해준 식당이다. 외국인들이 애용하는 어플이라고 한다. 

우리는 볼로네제 스파게티, 까르보나라, 마르게리타 피자를 시켰다. 사실 모든 메뉴가 1인분이라서 2개만 시켜도 됐는데, 우리는 보통 이탈리안 피자는 1인분으로 안 치기 때문에 별도로 시켰는데... 양이 생각보다 엄청 많아 거의 다 남기고 왔다. 남편은 아직까지도 3개 시킨걸 후회하며 종종 이야기한다. 

"그때 너무 많이 시켰어"

볼로네제 스파게티는 어디서나 맛있어. 또 먹고 싶다.

자 이제 맛있게 먹었으니 에르푸르트 구경을 해볼까? ㅋㅋ 배도 채웠겠다. 비도 안오겠다(흐리지만)! 가장 먼저 어딜 구경할까~~? 

에르푸르트도 시내가 작아서 걸어서 충분히 구경할 수 있었다. 베를린 이후에 가장 큰 도시 느낌이 났다. 에르푸르트에 작은 하천이 있는데, 그 하천 위에 건물이 세워져있다. 그곳에는 작은 상가들이 있는데, 건물이 아니라 다리이다. 다리의 이름은 크뢰머부르케! 

이곳이 그 다리의 입구다. 이따가 다시 와서 다리를 건너보기로 하고, 다리 측면에서 구경하기로 한다.

전통 독일식 가옥들이 이어져있는 크뢰머부루케 다리! 에르푸르트는 '다리의 도시'라고도 불릴 정도로 다리가 많다고 하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다리가 크뢰머교라고 한다. 1117년에 처음 나무로 지어지고 1325년 아치형의 돌다리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진짜 오래된 다리다!

그 다음 우리가 찾은 곳은 바로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 이곳이 우리가 에르푸르트에 온 이유였다. 마르틴 루터가 수도사로 있었던 수도원!

에르푸르트는 마르틴 루터가 대학생활을 하던 곳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려고 아이제나흐에서 살던 루터가 에르푸르트로 오게되었다. 에르푸르트 대학에서 문과 공부를 마쳤지만 아버지의 요청대로 법과대학에 재입학하여 학업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공부하고 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가 자신 바로 앞에 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성 안나여! 도우소서! 내가 수도사가 되겠나이다!"

루터는 너무나 두렵고 무서웠던 나머지, 바로 그 자리에서 엎드려 광부(루터는 광부의 아들이다)의 수호성인 성 안나에게 서원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름뒤인 1505년 7월 17일에 당시 가장 엄격하다고 알려진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가 되었다.

그는 수도사가 된 것은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고뇌에 휩싸여 어쩔 수 없이 서약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마르틴 루터는 수도원에 들어와서 가장 실존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수도원에서 엄격하게 훈련을 받았다. 수도원의 생활은 모든 것이 규칙이 있었고, 웃어서도 안되고,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하며, 두리번 거리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야 하고, 걸음 간격도 일정해야 했다. 수도자들은 매일 시편 묵상, 성가, 독서로 일과를 보냈다. 

루터는 구원을 받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아주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2년 만에 사제 서품(에르푸르트 대성당 / 성 마리아 대성당)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하던 루터는, 인간의 경건생활이나 인간의 행위로서는 절대 의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도원에 있는 예배당. 사진이 흔들린 이유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티켓을 산 후,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야 한다. 안내하는 직원이 설명해주는 건 아니고, 열쇠로 문을 열어준다. 이 교회당 안을 가로질러, 작은 문을 열쇠로 열어준다. 지금도 40여개의 객실이 있어서 수도원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 갔을 때, 수도원에 못 들어가는 줄 알고 당황했다. 자세한 안내판도 없고 들어가는 입구도 없어서 못들어가나 했는데, 티켓 파는 곳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안내해준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

수도원 안은 작은 박물관처럼 꾸며져있다. 

이곳은 루터가 사용하던 방이다. 수도사의 방이다.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묵상과 기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방이다. 

수도사들이 이 곳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게되니, 우리도 엄숙하게 된다. 사진찍는 것도 조심스러워지고, 말하는 것, 웃는 것 조차도 눈치보게 된다. 마치 이 복도를 걸을 때에도 구경하면서 걷는게 아니라 묵상하면서 걸어야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실제로도 수도원 안은 엄청 고요했다. 

이틀 후면 종교개혁 500주년, 오늘은 종교개혁주일.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과연 종교는 개혁되었는가. 현대 교회는 어떠한가.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공이 아닌 인간이, 목회자가 주인이 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교회는 매번 개혁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 조차도 매일 새로워져야 하는데.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성령!

모든 것이 주의 은혜다.